디즈니 프린세스의 효시
백설공주는 한 번도 읽지 않은 어린이가 없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고전 동화입니다. 때문에, 여러 출판사에서 간행된 책에는 수없이 다양한 삽화들이 실렸습니다.
하지만 백설공주의 외모를 묘사해보라고 하면 모두들 지체 없이 흑단 같은 새까만 머리카락과 흰 눈처럼 고운 피부를 가진 단발머리의 소녀를 떠올립니다. 흰 깃이 달린 파랑과 노랑의 원피스 또한, 그녀의 트레이드마크입니다.
바로, 1937년에 개봉한 월트디즈니 사의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 1937)]에서 차용된 백설공주의 이미지입니다.
백설공주의 외모는 캐릭터 제작 당시 17살의 소녀였던 미국의 댄서 겸 배우 마지 챔피언(Marge Champion, 1919~2020)에게서 따왔다고 하는데, 성인과 청소년의 중간 정도의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제작진들이 심혈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일화로는, 백설공주의 목소리는 '오로지 백설공주에게만 활용되어야 한다'는 계약으로 인해, 백설공주의 성우 카셀로티는 정말로 백설공주의 더빙 외의 커리어가 없다고 합니다.
이 백설공주는 후대 디즈니 프린세스들이 따르게 되는 '디즈니 프린세스 클리셰'의 기틀을 마련했는데,
1. 우연적인 잠깐의 만남으로 인해 사랑에 빠진다.
2. 왕자 하나만을 바라보는 순정파
3. 천진난만하고 긍정적이며 온화한 성격
4. 사람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잘 따른다.
5. 알고보면 만능
등의 대표적인 특징들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의외로 강인한 구석도 있는 14살 공주님
작중에서 백설공주는 새엄마인 그림 하일드(마녀/왕비)의 질투로 인해 하녀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물가에서 왕자를 만나게 되고, 그의 세레나데를 들으며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곧,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새엄마가 그녀의 심복인 사냥꾼에게 백설공주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이에 명령을 받은 사냥꾼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백설공주는 황급히 성을 떠나게 됩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백설공주를 불쌍히 여긴 사냥꾼은 그녀를 차마 죽이지 못하고 멀리 도망가라고 말하고, 그녀는 목숨을 부지하여 험난한 일곱 개의 산과 일곱 개의 숲을 힘겹게 넘어 이윽고 난쟁이들의 집에 도착합니다.
백설공주는 난쟁이집 안의 작은 가구들과 구석구석 끼어있는 먼지들을 보며 이 집이 부모 없는 아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고 오해하게 되고, 그들을 위해 청소를 하고 수프를 끓이게 됩니다. 어쩌면 아이들이 자신을 여기에 머물게 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리고 지친 백설공주는 난쟁이들의 침대 위에서 깜빡 잠이 듭니다.
일을 마치고 돌아온 난쟁이들은 자신들보다 커다란 몸집의 백설공주를 보고 깜짝 놀랐으나 이내 잠에서 깨어난 그녀의 처지를 듣고 마음을 열며, 한편으로는 그녀의 집안일 솜씨에 환호합니다.
그렇게 그들의 동거가 이어지던 중, 난쟁이들이 일을 하러 간 사이 노인으로 변장해 찾아온 왕비의 독사과를 먹은 백설공주는 저주에 빠져 죽은 듯 잠을 자게 됩니다.
난쟁이들은 슬퍼하며 그녀를 유리관 속에 모시고, 겨울이 지나갑니다.
봄이 되자,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이웃나라 왕자가 그녀의 입술에 작별의 입맞춤을 하니, 놀랍게도 저주가 풀려 깨어나게 됩니다.
저주를 해결하는 방법은 '진정한 사랑의 첫키스' 였던 것입니다.
이처럼 백설공주는 온갖 고난과 시련을 겪는 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고, 난쟁이들에게 '손을 씻고 와서 밥을 먹어라.'라고 하는 등 다정하면서도 야무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거기에 기본적인 집안일에는 만능이며, 난쟁이들과 동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주 매력적인 소녀로 표현됩니다.
주먹왕 랄프에서는 또다른 면모가
디즈니 프린세스들이 총 출동한다고 볼 수 있는 주먹왕 랄프에서는 일명 '캐붕(캐릭터의 붕괴)'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등장하고 뮬란에게 독사과를 던져주던 그녀에게서는 우아하고 고상한 원래의 성격을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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